무지개전원교회

교회 주보 및 소식


크리스챤신문 박시영목사 목회자칼럼기고

  • jfirst2
  • 조회 : 1989
  • 2006.12.08 오후 06:32


네 손을 움켜쥐지 말라
                                                          





                                                              박  시  영 목사
                                                     ▪밀양마산교회 담임
                                                     ▪부산경남기독교역사연구회 총무
                                                     ▪‘신앙의 투사, 이인재목사’ 저자

요즈음 밤 기온이 뚝 떨어졌다. 그래서 새벽기도에 나갈 때에도 두꺼운 외투 하나를 걸쳐 입어야 하고 교회당에 들어가서도 먼저 난방기구(heater)부터 켜서 추위를 몰아내야 한다. 올해는 왠지 가을이 너무 짧아진 느낌이다.
해마다 우리 동네의 가을 풍경은 참으로 멋졌다.
교회당을 빙 둘러서 사방은 산들이고, 그 산들은 온통 단감 농장들이어서 해마다 11월 초무렵이면 온 산이 붉게 물들게 된다. 그 풍경이 얼마나 장관인지 그냥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이다. 그런데 올해 가을은 참 느낌이 다르다. 나뭇잎들이 불들어가기는 하는데 누런 빛이라 벌써 시들어버린 것도 같고, 또 생동감이 느껴지지 않아 사뭇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왜 그럴까 궁금해서 몇몇분들게 여쭤보니 갈수록 가을이 짧아지고 이러한 기상이변의 영향을 나무들이 많이 받아서 그렇다 한다. 아예 어떤 이들은 가을이 실종(失踪)된듯 하다고도 얘기한다.
가을의 실종... 참으로 씁쓰레하다. 그런데 이 말을 듣다가 갑자기 과연 가을만 실종된 것일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우리 삶의 언저리에 너무도 많은 것들이 실종되고 있지는 않나. 그렇다면 무엇이 실종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무엇이...? 무엇이...?

11월에는 여기 저기서 총회를 가져 한해를 결산하고 새해를 준비한다고 분주하다. 필자도 교회연합회 총회니 00협의회 총회, 00후원회 총회, 00이사회 총회 등에 참석하느라 너무 바쁘다. 그저 교회 한곳 담임해서 섬기는 것도 힘들고 어려운데 교회, 복음 선교단체들, 기관들이 연합해서 협력하는 일에 충성하며 섬긴다는 것이 실로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누군가의 섬김과 충성이 있기에 할 일 많은 복음사역들이 곳곳에서 열매맺고 그 결실들을 보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필자는 몇몇 단체들의 이와 같은 모임들에 참석하면서 실망감을 감출 길이 없었다.  너무도 많은 회의 비용을 지출하면서까지(고급 호텔, 분에 넘치는 식사, 또 고가의 기념품 등) 가져야 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분위기가 좋고, 맛있는 음식에 입맛도 챙겼고, 기념품까지 하나 얻었으니까 더 바랄 게 없었지만 왠지 모르는 찝찝함은 감출길이 없었다.
어찌 생각을 좋게 해보아 이제 우리 한국 기독교도 그 위상에 걸맞게 좀 더 고급화해서 이 세상 그 어떤 사회단체 못지 않는 품위를 갖추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시시한 세상 일도 제 나름대로의 위상(位相)에 걸맞는 품격(品格)을 갖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어찌 주(主)의 일을 감당한다는 우리가 그저 초라한 곳에서 볼품없이 한해를 결산해서야 되겠는가... 우리가 가진 복음이 최상인 것처럼 우리들이 사역하는 일들도 제법 그 가치에 걸맞는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된 격식을 갖추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그런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마음 한켠에 자리잡은 개운챦은 기분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왜 일까?

요즈음 필자의 목양실에는 여기 저기서 도움을 요청하는 많은 청원서들이 놓여있다. 한결같이 어려움을 호소한다. 애절한 사연들로 가득 차있다. 정말 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아침에 이런 청원서들을 펼칠 때마다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사정을 모르는 분이 무작정 요청해 오는 경우의 청원서들은 그다지 큰 부담을 갖지 않고 펼쳐 볼 수 있다. 하지만 너무도  뻔히 그 사정을 알고 있는 분들이 보낸 청원서를 펼쳐 볼 때의 부담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사실 이와 같은 청원을 다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교회의 형편이다.하지만 내 마음 한구석을 짖누르는 무게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과연 최선을 다하는 태도인가?’
내 삶의 품격이나 우리 교회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투자는 쉽게하면서 정말 절대절명의 어려움을 가진 이들의 호소는 너무도 쉽게 뿌리치는 것이 아닐까?
성경 말씀 한구절이 쉽게 떠올려진다. ““네 손이 선을 베풀 힘이 있거든 마땅히 받을 자에게 아끼지 말며 네게 있거든 이웃에게 이르기를 갔다가 다시 오라 내일 주겠노라 하지 말라.”
잠언 3장 27절 이하의 이 하나님 말씀이 나를 부끄럽게 한다. 적어도 이 말씀에는 세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는 선을 베풀만한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마땅히 받을 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고, 셋째는 있거든 미루지 말고 선을 베풀라는 것이다.
베풀 수 있는 힘이 없으면 제대로 베풀 수가 없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베풀 힘이 있는 교회이기에 많은 청원이 있지 않는가? 그러니 당연 감사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내 것, 우리의 것에 대한 투자는 아깝지도 않고 아끼지도 않는데 왜 선을 베풀 힘도 있고 마땅히 받을만한 이들도 많이 있는데 그 결정을 뒤로 미루고 내일 오라 하였는가 하는 것들에 대한 부끄러움을 감출 길이 없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가을이 실종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있어야 할 사랑이 실종되었고, 그 말씀을 실천해야 할 적극적인 행동이 실종된 것이다.
그리고 얼른 떠오르는 말씀이 한구절 더 있다. 신명기서 15장 7-8절 말씀이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신 땅 어느 성읍에서든지 가난한 형제가 너와 함께 거주하거든 그 가난한 형제에게 네 마음을 완악하게 하지 말며 네 손을 움켜 쥐지 말고 반드시 네 손을 그에게 펴서 그에게 필요한 대로 쓸 것을 넉넉히 꾸어주라.\""  
펴지 않고 움켜쥐고 있는 것은 사실 손이 아니라 마음인 것이다. 그래서 \""네 손을 움켜 쥐지 말고 반드시 네 손을 펴라\"" 하기 전에 \""네 마음을 완악하게 하지 말며\""라고 하신 것이다.

어릴적 가을이 되면 마당에 심겨진 감나무에서 감을 따는 정겨움을 필자는 경험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반드시 꼭대기에 있는 감을 몇 개 남겨 두었다. 그리곤 이렇게 말씀하였다. “그것은 까치 밥이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겨울을 지나는 동안 먹을 것이 부족한 새들에게 몇 개의 감을 먹이로 남겨 두는 것이 인간의 복받을 마음이라고 가르쳐 주셨다. 옛 어른들은 미물에 대한 사랑과 자연에 대한 의무를 그렇게 깨우쳐 주셨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웃과 아름다운 관계를 맺고 살았고 이웃의 아픔이 곧 나의 아픔인양 생활 하셨다. 먹을 것이 있으면 항상 나누어 먹는 관습이 있었고 이웃의 일손이 부족하면 내 일처럼 거들어 주었던 것이다.

가진 자는 가지지 못한 자를 위하여 넉넉한 마음으로 베풀 수 있는 생활이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배운 자는 배우지 못한 자에게 따뜻함 마음으로 가르치고 지도할 수 있는 생활이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자는 낮은 자리에 있는 자의 아픔을 항상 살피면서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 배려할 수 있는 생활이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자신들을 위해서는 너무도 쉽게, 또 많이도 투자하고 치장하면서도 우리의 도움이 절대로 필요한 이들을 위해서는 손을 움켜 쥐며 그들을 외면해 왔던 그 사랑의 손을 이제는 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벌써 한해가 저물어 가는 연말이다. 움켜진 손을 펴고 사랑을 나누는 따뜻한 손길들 보기를 소망하는 맘 간절하다.



  • 번호
  • 제목
  • 등록일
  • 작성자
  • 조회
  • 1
  •  크리스챤신문 박시영목사 목회자칼럼기고
  • 2006-12-08
  • jfirst2
  • 1990

게시글 확인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

게시글 삭제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

게시글 수정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